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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넘어 임상으로…의료 AI 업계 학술대회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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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날짜: 2026-10-29 05:30:00
  • 의료 AI 학회 700여명 참여…기업들 의료진 접점 확대 분주
    내과 개원가까지 시장 공략, 진료과별 온도차 속 사업화 과제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경쟁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기술 정확도와 성능을 입증하는 데 집중했던 기업들이 판로 확대를 위해 학술대회로 발걸음을 옮기는 상황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 AI 전문학회를 넘어 일반 진료과 학술대회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다만 진료과별로 AI 기술의 활용 영역이 달라, 의료 현장 전반으로 확산하기까진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루닛·딥노이드가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에서 의료영상 판독 보조와 생성형 AI 기술을 선보이며 임상 활용 가능성을 소개했다.

공학자 위주 학회에 의료진 발길…기업도 접점 확대

지난 23~24일 열린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2026 정기학술대회, 'KoSAIM 2026'가 대표적인 사례다. 학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학술대회에는 전년 대비 약 1.5배 증가한 700여 명이 참석했다.

의료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학술적 논의의 중심도 기술 개발에서 실제 임상 적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 학회 측의 진단이다.

그동안 의료 AI 산업은 영상의학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의료영상에서 이상 병변을 찾아내고 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는지가 기술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생성형 AI와 멀티모달 AI, 에이전틱 AI 등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활용 영역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기존의 진단 보조를 넘어 의료진의 판독 업무를 지원하고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등 실제 진료 과정에 AI를 결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

학술대회 프로그램에서도 그 흐름이 확인됐다.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과 에이전틱 AI 등 새로운 기술을 다룬 세션에 이어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이 실제 AI 도입 현황과 과제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연구·개발하는 단계를 넘어, 이를 병원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기존 업무체계를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한 셈이다.

뷰노·에이아이트릭스가 환자 상태 악화 위험을 예측하는 AI 솔루션을 전시하며 병동 환자관리 시장에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박창민 회장은 "이전에는 공학자 중심의 학회였다면 이제는 의학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며 "의료 AI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면서 실제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점차 보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 접점 넓히는 AI 기업들…진단 넘어 환자 관리까지

의료 AI와 임상 현장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관련 기업들도 의료진과의 접점을 확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 이번 학술대회에선 루닛과 딥노이드, 뷰노, 에이아이트릭스, 씨어스, 메디웨일 등 국내 주요 의료 AI 기업들이 제품을 전시했다.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참여 기업이 많았다는 사실보다, 이들이 제시하는 AI의 역할이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루닛은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정상 가능성이 큰 영상을 선별해 판독 업무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딥노이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영상 판독의 예비소견서를 작성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기존 AI가 영상 속 이상 소견을 찾아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데 집중했다면, 이젠 판독 순서 결정이나 판독문 작성 지원 등 업무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

씨어스는 부정맥 검사 서비스와 입원환자 모니터링 플랫폼을 통해 생체신호 기반 의료 AI 기술을 선보였다.

뷰노와 에이아이트릭스, 씨어스도 그 연장선이다. 이들은 환자의 생체신호와 진료정보 등을 활용해 상태 악화 위험을 예측하거나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병동 환자 관리·예측은 이미 병원 도입과 매출 성과가 가시화된 분야인 만큼, 기업들의 의료진 접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모습이다.

학회 역시 이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박창민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씨어스테크놀로지가 부스와 런천 세미나를 동시에 운영하는 등 의료진과의 접점 확대에 적극적인 점을 눈여겨봤다.

박창민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 AI는 영상 중심에서 시작했지만, 이젠 심전도와 같은 생체신호를 분석하는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며 "산업적으로도 기존의 영상 중심에서 영역이 넓어지고 학회가 이러한 기술을 포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내과의사회 학술대회에서 기업들이 AI를 통한 진단 보조, 진료기록 자동화 솔루션을 소개하며 의료진 공략에 나섰다.

개원가 향하는 AI 기업들…과별 온도차에 '선택과 집중'

의료 AI 도입이 상대적으로 더뎠던 개원가에서도 기업들의 시장 공략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대한내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선 질환 진단 보조, 진료기록 자동화 등 의원급 의료기관을 겨냥한 AI 솔루션이 여럿 전시됐다.

의료인공지능학회에도 참여했던 메디웨일은 망막 영상을 분석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평가하는 '닥터눈 CVD'를 소개했다. 대웅제약 역시 아크가 개발한 안저촬영 장비와 AI 분석 솔루션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GC메디아이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분석해 진료기록을 자동 작성하는 '의사랑 AI'를 전시했다. 알닥케어는 환자 맞춤형 AI 건강기능식품 추천 플랫폼 '알닥'을 소개했다. 의료 AI 활용처가 질환 진단을 넘어 일상적인 진료 업무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학술대회는 초음파 장비를 비롯해 기존 진단·치료 의료기기 전시가 주를 이뤘다.

다만 모든 진료과에서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5일 열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선 삼성메디슨·GE헬스케어 등 초음파 장비, 썸텍 수술 영상 시스템 등 기존 의료기기들이 전시의 중심을 이뤘다.

엔티엘헬스케어가 AI 자궁경부암 선별검사 솔루션을 소개하는 등 관련 기술 진입은 확인됐지만, AI 소프트웨어보단 기존 검사·시술 장비를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된 모습이었다.

진료과별 수요에 따라 의료 AI의 적용 방식과 기업의 시장 접근 전략에 차이가 있는 것. 의료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적자인 기업이 많은 업계 특성상 마케팅 확대에 신중한 모습이다.

한 의료 AI 기업 관계자는 "전시 부스는 영상의학과 의사나 병원 AX 관련 부서 등 제품의 주요 수요층이 모이는 학술대회를 중심으로 참여한다"며 "연구 부문에서는 관련 논문이나 초록이 발표되는 학술대회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 AI 기업들이 아직 매출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단계는 아니어서 마케팅을 크게 확대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현재는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으며 향후 필요에 따라 참여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역시 의료 AI 산업이 기술 개발을 넘어 투자 대비 수익(ROI)을 고려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인공지능학회 박창민 회장은 국내 의료 AI 산업의 역사가 10년을 넘어서면서 기업들의 사업화 전략도 현실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 확대와 임상 활용이 지속되기 위해선 건강보험 지불체계 정립이 관건이다. 일부 의료 AI 기술이 한시적 수가 적용 이후 신의료기술평가를 앞두고 있지만, 정규 건강보험 체계 편입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박창민 회장은 "일부 기술이 한시적 수가를 받을 수 있는 단계까지 왔지만, 신의료기술평가 이후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 어떻게 정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결국 지불체계가 향후 의료 AX의 방향을 결정할 텐데, 아직 확정된 방안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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