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인공지능 활용 10년 뒤 질병 위험 예측
건강관리 업무 48% 자동화…365일 관리 추진 본격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건강검진 결과를 입력하자 화면에 향후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 발생 위험도가 나타났다. 검진 수치를 바꾸면 예상 위험도 변화까지 확인하고, AI에 결과의 의미를 직접 물어볼 수 있다.
전날 강북삼성병원이 미래헬스 심포지엄에서 선보인 AI 건강관리 플랫폼 '루시드'의 시연 장면이다. 기존 검진 결과 통보에서 나아가 미래 질병 위험을 예측하고, 건강지표 개선에 따른 변화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AI로 건강검진 이후 관리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검진에서 질병 위험을 확인하더라도 생활습관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후관리 단절'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이다.

검진 결과로 10년 뒤 질병 예측…위험까지 설명
강북삼성병원이 공개한 루시드는 국가건강검진 결과로 비만·당뇨병·고혈압·지방간 등 주요 만성질환·심혈관 관련 위험을 1년부터 최대 10년까지 예측하는 웹 기반 플랫폼이다.
기존 국가건강검진에도 건강위험평가와 질환 의심자에 대한 확진검사 연계가 마련돼 있다. 다만 수검자가 결과를 이해하고, 생활 습관을 바꾸도록 지원하는 부분은 숙제로 여겨져 왔다.
루시드는 검진 결과를 입력하거나 파일로 업로드하면 질병별 위험도를 보여준다. 특히 혈당 등 건강지표를 개선했을 때 예상되는 위험도 변화를 시각화하며, AI가 수검자의 질문에 답하고 결과의 의미를 설명한다.
검진 결과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수검자가 어떤 지표를 개선해야 하는지, 이를 통해 미래 질병 위험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직접 확인하도록 한 것.
기술 개발에는 병원이 장기간 축적한 건강검진 데이터가 활용됐다. 기존 검진 자료에 암 등록 및 통계청 사망 자료 등을 연계했으며, 국가건강검진 정보만 사용하는 경량 모델과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고도화 모델을 구축했다.
강북삼성병원 미래헬스케어본부 강재헌 본부장은 "현재 국가검진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복지 차원에서 건강검진을 지원하지만, 문제는 검진 결과가 딱 일주일만 경각심을 준다는 점이다"며 "지방간이나 혈압 문제를 확인하고도 별다른 관리 없이 다음 해에 다시 검진받는 경우가 많아, 검진 전후 일주일이 아니라 1년 내내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북삼성병원 빅데이터연구소 배예슬 소장은 "국가검진을 한 번만 받아도 4대 만성질환과 심혈관 합병증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경량 모델을 개발했다"며 "기존 예측모델은 결과를 종이나 PDF 한 장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개인별로 어떤 건강지표를 개선해야 하고 질병 위험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까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AI로 생활습관 개선…의료진 반복 업무도 자동화
질병 위험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생활습관 개선 효과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개인별 위험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만으로는 건강행동 변화가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강북삼성병원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상적인 건강관리에도 AI를 적용하고 있다. 모바일 앱 '헬스 코치'는 AI가 개인별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미션과 보상, 이용자 간 순위 비교 기능 등을 통해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현재 병원 환자와 지역사회 보건소, 기업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실증 중이다. 배 소장에 따르면 4주 프로그램에서 체지방률의 유의한 감소와 골격근량의 유의한 증가가 확인됐으며, 이용자 만족도도 5점 만점에 4점을 넘었다.
건강관리의 지속성을 높이려면 개인별 데이터를 확인하고 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인력의 업무 부담도 해결해야 한다. 강북삼성병원이 개발한 '케어엔진'은 관계사 임직원 약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운영해 온 모바일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에 AI 에이전트를 적용한 플랫폼이다.

기존에 간호사와 영양사 등이 담당했던 건강 데이터 통합, 개인별 관리 메시지 생성, 결과 보고서 작성 등을 AI가 수행한다.
현장 부스 담당자에 따르면 전체 업무의 약 48%가 AI 기반으로 전환됐다. 개인별 건강관리 메시지 작성 시간은 6분에서 30초로 줄었으며, 운영자 1명이 관리할 수 있는 대상자 규모는 약 11.8배 확대됐다.
담당자는 "기존에는 간호사와 영양사 등이 대상자별 데이터를 확인하고 일일이 건강관리 메시지를 작성해야 했는데, 특히 주 2회 보내는 중재 메시지에 가장 많은 품이 들었다"며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모으고 건강관리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메시지를 생성한 뒤 결과 리포트까지 정리하도록 바꿨다"고 설명했다.

일회성 검진 이제 그만…365일 건강관리 추진
강북삼성병원은 이들 기술을 건강검진과 일상 건강관리를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원 헬스(One Health)'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국가 일반건강검진은 원칙적으로 2년에 한 번, 비사무직 근로자는 매년 실시된다. 정기검진 사이의 건강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웨어러블 기기와 모바일 서비스로 이를 보완하려는 시도다.
원 헬스는 건강검진과 신체·정신건강 관리, 웨어러블 기기 기반 생활 데이터, 상담과 진료 연계 등을 통합하는 구조다. 기존 유소견자뿐 아니라 정상군과 잠재 위험군까지 관리 대상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지속적인 건강관리의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강북삼성병원 모바일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2~3개월간 참여한 사람들은 혈압·혈당·비만 관련 지표 개선이 최대 4년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강재헌 본부장은 "대부분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이미 문제가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방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정상군부터 잠재 위험군과 유질환자까지 사각지대 없이 관리하고, AI로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개인별 건강관리를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예슬 소장은 "직장인들은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지만 검진 직전에만 생활습관을 조절하고, 결과를 상담받은 뒤에는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건강관리가 일상에서도 이어지도록 병원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개발하고, 실제 서비스까지 연결해 보자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